1. 글쓰기

[납기가 있는 글을 쓰고 있을 때의 마음가짐]


 글쓰기는 요리와 좀 비슷한 면이 있다. 둘다 결과물을 살아오며 꾸준히 접해왔고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데 재미를 느끼지만 직접 만들어 보려고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허나 접근 난이도에서 요리는 감히 글에 비할 바가 못된다. 글에서는 어떤 연유에는 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요리에서 그 사람의 성격과 배경을 읽어내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글은 아무리 짧은 내용이더라도 글쓴이의 일부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뭐,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신을 거의 노출시키지 않고 과감히 하고싶은 말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떤 글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것이다. 글에도 종류가 있다. 글쓰기 무지랭이로써 나는 글을 다소 과격하지만 2가지 카테고리로 머리 속에서 나눈다 : 소설같은 글, 그리고 위키피디아. 소설같은 글은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있고 (물론 주제는 비중이 덜하고 단지 재미만 추구할 수도 있겠다) 글쓴이의 나레이션, 인물들의 대사와 사건 등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데 나는 이 유형의 글에 소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터넷 게시글, 댓글들을 포함시킨다. 대사와 코멘트의 목적은 감정전달일 수 도 있고 정보 전달일 수도 있지만 그 인물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감정전달 역시 인물의 묘사라는 정보 전달의 일환으로 보일 수 도 있겠다. 여튼 소설은 내가 가장 익숙한 글이고 또 좋아라 한다.

 위키피디아는 어떤 위키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개념을 펙트에 기반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다. 위키피디아, 논문, 대부분의 과학잡지 기사를 나는 여기에 포함시킨다. 소설도 펙트와 정보 전달이 응당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주제 전달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닐 것이다. 펙트에 기반하여 쓴다 함은 공신력있는 출처가 필수적이며 이를 찾는 시야와 원글을 타인이 수긍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데에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바꿔말하면 정보 전달의 글쓰기는 훈련을 통해 습득될 수 있는 능력이다.


 글쓰기를 익혀야 하는 필요성은 내가 어떤 필드에서 밥벌이를 하느냐에 가장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 (이 견해를 통해 내가 취미의 영역에서조차 글을 배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글쓰기는 요원하고 또 생각하기조차 피로한 것이다.) 지식산업에 종사할 것이면 글쓰기는 그 사람의 생활이나 마찬가지일테다. 강사라 할지라도 강의록이 있어야 하니. 회사원도 보고서 등의 글을 써야하지만 나의 짧은 직장경험을 반추해보자면 쓰기 그 자체에 크게 노력이 필요하진 않았던 것 같다. 쓴 내용의 실행력에 무게가 더 실리지 얼마나 보고서를 예쁘게 꾸미느냐, 표현이 수려하느냐는 나중에 실행이 더딜 때 까일 건덕지만 늘릴 뿐이었다. 그런고로 지식산업 (학계, 연구원 등) 외 회사원으로서 글쓰기에 대한 필요도는 별로 걱정할 거리가 못될 것 같다. 이제 문제는, 공부에 깊이가 더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생존을 위해 글쓰기의 의무를 지게 됐을 때인데 그 때 나에게 요구되는 글쓰기는 위키피디아적 정보전달이다. 즉 나에게는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

 석사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건 크게 3가지다. 하나는 내 관심영역의 지식과 그 지식을 얻는 방법, 두 번째는 지식을 발굴하는 법, 즉 실험하는 법. 마지막은 지식을 표현하는 법으로 글쓰기가 여기에 속한다. 다행이라 느끼는 점은 정보전달을 주로 하는 글은 적절한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고 불안요소는 나는 논문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과 훈련의 과정에서 쓰기에 대한 흥미가 더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밥벌이가 걸려있는데 흥미가 대수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생각하다 보니 글이라는 매체를 떠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가 나에게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가를 새삼 느낀다. 내가 익숙하고 또 적응한 학습의 환경은 정확히 주어진 것을 우선 효율적으로 주워먹고 시험에서 얼마나 잘 게워내는 지에 대한 컨테스트와도 같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걸 자아낸다는 과정은 얼마나 불필요했는가. 


 - 글에서는 내가 드러나기에 글쓰기가 나는 참 어렵다

 - 글을 소설과 위키피디아, 2가지 분류로 나누는데 나에게 필요한 영역은 후자

 - 석사하면서 내게 필요한 글쓰기는 적절히 훈련될 것 같은데, 꼭 그랬음 좋겠다




+ Recent posts